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기리고' 드라마 배경 줄거리 나의총평

by new-ene-300 2026. 6. 1.

기리고의 배경 – 무속과 디지털이 만난 가장 현대적인 공감

 

'기리고'를 보면서 가장 먼저 감탄했던 부분은 바로 세계관의 설정이었다. 한국 공포물에서 무속과 오컬트는 익숙한 소재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은 산속의 굿판이나 폐가, 혹은 오래된 원혼의 이야기 속에서 공포를 만들어낸다. 반면 '기리고'는 그 오래된 저주를 스마트폰이라는 가장 현대적인 도구와 연결한다. 바로 이 지점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든다.

기리고 앱은 겉보기에는 평범하다. 사주를 입력하고 소원을 적으면 이루어진다는 단순한 구조다. 하지만 소원이 이루어진 순간부터 사용자의 목숨을 노리는 저주가 시작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앱이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과거 권시원과 도혜령 사이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과 무속적 저주를 기반으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저주의 기원을 설명하는데, 이 과정에서 덜미 인형, 벌전, 매흉 같은 한국 전통 무속 개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덜미 인형 설정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특정인의 물건과 사주를 이용해 상대를 조종한다는 개념은 단순한 귀신 이야기보다 훨씬 현실적인 불쾌함을 준다. 여기에 희생을 통해 힘을 얻는 저주의 원리까지 더해지면서 기리고는 단순한 앱이 아니라 살아 있는 주술처럼 느껴진다. 과거 혜령의 복수심과 시원의 증오가 뒤섞이며 완성된 저주는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디지털 데이터 형태로 남아 현재의 학생들에게 전염된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이 저주가 물리적인 장소에 묶여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부적은 태울 수 있고 인형은 부술 수 있으며 장소는 폐쇄할 수 있다. 그러나 앱은 다르다. 링크 하나만 살아 있다면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고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기리고》는 바로 이 점을 통해 현대 사회가 가진 디지털 공포를 오컬트 장르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과거의 샤머니즘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왔다는 설정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기리고의 줄거리 –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 시작되는 죽음의 카운트다운

드라마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현재 시점의 고등학생들로부터 시작된다. 윤세아, 김건우, 임나리, 강하준, 최형욱은 서로 절친한 친구들이다. 어느 날 형욱은 학력평가에서 만점을 받게 되고, 친구들에게 비결이 있다며 기리고 앱을 소개한다. 처음에는 모두 장난처럼 받아들이지만 형욱의 휴대폰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카운트다운이 표시되고 있었다.

건우는 가벼운 마음으로 여자친구 세아의 주말 훈련이 취소되기를 소원으로 빈다. 그리고 다음 날 형욱의 타이머가 0이 되는 순간,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죽음을 맞이한다. 동시에 세아의 훈련은 실제로 취소되고 건우의 휴대폰에는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라는 알림이 도착한다. 이 순간부터 친구들은 기리고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후 이야기는 연쇄적인 저주와 희생으로 이어진다. 나리는 과거 자신을 무시했던 형욱과 동재에 대한 분노로 소원을 빌었고, 그 결과 두 사람의 죽음에 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세아는 건우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새로운 소원을 빌고, 타이머를 넘겨받는다. 여기서 드러나는 기리고의 핵심 규칙은 새로운 사용자가 소원을 빌면 이전 사용자의 카운트다운이 멈춘다는 것이다.

후반부는 저주의 근원을 찾기 위한 여정으로 전개된다. 무당인 햇살과 방울의 도움을 받은 세아와 하준은 과거 기리고 앱을 만든 권시원과 도혜령의 흔적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저주의 공간과 악령, 빙의 현상 등이 등장하며 본격적인 오컬트 장르의 색채가 짙어진다. 결국 모든 저주의 중심에는 시원이 죽기 직전 남긴 마지막 소원이 존재했다. 혜령의 복수가 영원히 반복되기를 바란 시원의 소원이 앱 속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최종적으로 세아는 시원의 휴대폰이 진짜 매흉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파괴하면서 저주를 끝낸다. 하지만 쿠키 영상에서는 나리의 휴대폰이 다시 발견되고, 민수가 기리고 앱을 실행시키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저주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며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남긴다.

 

총평 – 한국 오컬트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수작

'기리고'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생각보다 훨씬 영리한 작품"이다. 처음에는 흔한 학원 공포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단순히 귀신이 나타나 사람을 죽이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욕망과 죄책감,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불안을 공포로 풀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설정이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앱이라는 친숙한 소재에 한국 무속 신앙을 결합한 아이디어는 매우 신선하다. 특히 앱이라는 형태를 통해 저주가 바이러스처럼 확산된다는 설정은 SNS와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더욱 현실적인 공포를 전달한다. 단순한 오컬트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괴담을 보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기대 이상이었다. 신인 배우들이 중심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고, 특히 나리 역을 맡은 강미나 배우는 작품 후반부의 감정선을 훌륭하게 이끌어 갔다. 형욱 역의 이효제 배우 역시 짧은 등장만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유명 배우의 스타성보다 캐릭터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던 점도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였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저주의 원리와 세계관 설명이 많아지면서 초반의 긴장감이 다소 느려지는 구간이 존재한다. 또한 일부 코믹 장면은 공포의 흐름을 끊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기리고'는 충분히 높은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별점 5점 만점에 4점을 주고 싶다. 한국형 오컬트 장르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 보여준 의미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저주는 더 이상 폐교에 머무르지 않는다"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남는다. 지금도 누군가의 스마트폰 속 어딘가에는 기리고 앱이 남아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바로 그 찝찝함이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